요즘 문서 교정 쪽으로 조금씩 받아보는 중인데, 이게 막 대단한 일은 아닌데 은근히 사람 잡네...
처음엔 그냥 맞춤법 보고 문장 조금 다듬으면 되겠지 했음. 공기업에서 문서 만지는 일 오래 했으니까, 보고서 문장 정도야 익숙하다고 생각했지. 근데 부업으로 받는 파일은 회사 문서랑 또 다르더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썼는지 모르고, 파일 상태도 제각각이고, 문장보다 앞뒤 형식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옴.
지난주쯤 받은 건 한글 파일이었는데 문단 스타일이 다 따로 놀았음. 글꼴도 섞이고 줄간격도 중간중간 달라지고. 내용 자체는 괜찮은데 손댈 데가 너무 많으니까 시작 전에 한숨부터 나옴. 이걸 교정이라고 해야 하나, 문서 손질이라고 해야 하나 싶고.
나는 그래서 파일 받으면 바로 문장부터 안 봄. 일단 전체를 쭉 넘겨봄. 제목 모양, 표 안 글자, 각주 같은 거 있는지, 띄어쓰기보다 더 큰 문제 있는지 먼저 보는 편임. 이걸 안 하고 바로 빨간줄 잡기 시작하면 뒤에 가서 다시 다 건드리게 되더라. 시간 두 배로 먹음.
요즘은 워드 파일도 많이 오는데, 변경 내용 표시를 켜야 하는지 그냥 최종본으로 고쳐야 하는지 이거부터 애매함. 상대가 말 안 해주면 괜히 조심스러워짐. 나중에 “어디 고친 건지 모르겠다” 하면 난감하니까. 그래서 처음엔 짧게 물어보긴 함. 표시 남길지, 주석 달지, 그냥 자연스럽게 고칠지. 이 정도는 처음에 맞추는 게 낫더라.
근데 또 너무 캐묻는 느낌 주면 일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게 좀 고민임. 별거 아닌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기준이 있어야 손이 가거든. 논문 쪽은 더 그렇고. 용어 하나를 통일할지 그대로 둘지, 문장을 얼마나 고쳐도 되는지... 이게 은근히 선이 있음.
돈도 사실 막 크진 않음. 내가 보는 건 건당으로 받는 것도 있고 분량 따라 말하는 것도 있는데, 초반엔 시간 대비 좀 아쉬울 때가 많았음. 한 5천원쯤 더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작업도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것도 있고. 아직 감이 안 잡힘. 내가 느린 건지 파일이 힘든 건지 모르겠네.
천안 집 근처 카페에서 저녁에 한두 시간씩 해보는데, 바둑 동호회 갔다 온 날은 눈이 침침해서 오래 못 봄. 그럴 때는 맞춤법 검사기만 돌리고 끝내면 안 되겠더라. 검사기가 잡는 건 잡는데, 문장 흐름이나 중복 표현은 결국 사람이 봐야 함. 특히 “진행하였다”, “확인하였다” 이런 말이 계속 나오면 읽다가 나도 모르게 멈칫함.
블로그 애드센스도 같이 해보겠다고 손댔다가 요즘은 마케팅에서 막혀 있는 상태라, 교정 일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함. 적어도 파일을 열면 뭐라도 할 일이 보이니까. 근데 문제는 내 기준이 너무 회사 문서 쪽에 붙어 있어서 그런지, 남의 글을 너무 딱딱하게 고치려는 버릇이 있음. 이건 좀 고쳐야 할 듯.
받는 쪽에서는 자연스럽게만 해달라고 하는데, 자연스럽게가 제일 어렵다. 덜 고치면 돈 받고 대충 한 느낌이고, 많이 고치면 원래 글맛을 죽이는 거 같고. 이 선을 잡는 게 아직 제일 어렵네...
그래도 몇 번 해보니까 첫 파일에서 욕심내지 않는 게 나은 것 같음. 샘플처럼 일부만 먼저 맞춰보고, 그 톤으로 끝까지 가는 식. 괜히 처음부터 완벽하게 잡겠다고 달려들면 중간에 기준이 바뀜. 그러면 앞부분 다시 봐야 하고, 저장본도 헷갈리고, 나중엔 내가 뭘 고쳤는지도 모름.
요즘은 파일명에 날짜만이라도 붙여둠. 별거 아닌데 이거 안 하면 진짜 꼬임. 원본, 수정본, 최종본... 이름 비슷하면 머리 아픔. 나이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젊은 사람도 헷갈릴 건 헷갈릴 듯. 교정은 문장보다 파일 관리부터 사람 시험하는 일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