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본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문서 작업은 내용보다 이름 붙이는 데서 은근히 사람 피곤하게 함. 강의 자료 원고도 그렇고, 가끔 교정 봐주는 문서도 그렇고, 파일명이 대충이면 나중에 내가 나를 원망하게 됨.
예전엔 그냥 뒤에 최종, 진짜최종, 최종수정 이런 식으로 붙였음. 다들 그러지 않나. 근데 이게 한 번 꼬이면 답이 없음. 상대가 보낸 게 최종인지, 내가 고친 게 최종인지, 다시 받은 게 반영본인지 헷갈림. 특히 워드에서 수정 표시 켜놓고 주고받으면 파일 하나만 잘못 열어도 정신이 산으로 감...
요즘은 그냥 날짜랑 단계만 붙임. 예를 들면 자료명_0526_1차수정 이런 식. 아주 멋은 없는데 나중에 찾을 때 덜 짜증남. 시간까지 넣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그건 좀 과한 거 같고, 같은 날 두 번 이상 오가면 뒤에 2차, 3차 붙이는 정도가 편했음. 괜히 파일명 길게 쓰면 메신저 창에서 뒤가 잘려서 또 확인해야 하더라.
그리고 원본은 손 안 대는 게 제일 낫네. 이건 좀 당연한데 막상 급하면 원본 열어서 바로 고치게 됨. 그러다가 문장 하나 왜 이렇게 바뀌었지 싶을 때 돌아갈 데가 없음. 원본 폴더 따로, 수정본 폴더 따로 해두니까 귀찮아도 마음은 편함. 폴더가 많아지는 건 싫긴 한데 파일 하나 잃어버리는 것보단 낫지.
메모는 문서 안에 다 남기지 말고 따로 하나 빼는 게 나았음. 워드 메모 기능도 좋긴 한데, 상대가 그걸 그대로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음. 별말 아닌데 “이 문장 좀 애매함” 이런 메모가 남아 있으면 괜히 공격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 그래서 내 판단용 메모는 메모장에 따로 둠. 이 부분은 왜 바꿨는지, 이 표현은 원문 살리는 게 나은지, 이런 걸 짧게 적어놓음.
나중에 설명할 일 생기면 그게 은근히 살림. 기억이 안 남. 진짜 안 남.
수정 표시도 전부 남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닌 듯함. 논문이나 보고서처럼 근거가 필요한 건 남기는 게 맞는데, 간단한 문장 다듬기까지 전부 표시하면 문서가 너무 지저분해 보임. 나는 처음엔 다 남겨서 성실해 보일 줄 알았는데, 보는 쪽은 피곤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크게 의미 바뀐 데만 메모 달고, 띄어쓰기나 조사 정도는 조용히 고치는 편임. 물론 상대가 전부 표시해달라 하면 그건 맞춰야 하고.
한글 파일은 또 따로 신경 쓰게 됨. 워드랑 다르게 서식이 삐끗하면 표가 밀리거나 쪽 번호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내용 고친 뒤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번은 쭉 봐야 함. 이게 제일 귀찮음. 문장 고치는 일보다 표 안 깨졌나 보는 일이 더 사람 지치게 함. 그래도 이거 안 보면 나중에 꼭 한 군데서 티 남.
문서 작업 부업은 대단한 기술보다 이런 자잘한 습관이 반인 거 같음. 잘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뭘 건드렸는지 나중에 설명할 수 있어야 마음이 덜 불안함. 파일명 대충 했다가 한밤중에 같은 문서 세 개 열어놓고 비교하던 생각하면 아직도 좀 성질남.
요즘은 그래서 받자마자 원본 복사, 이름 날짜 붙이기, 내 메모 따로 빼기. 딱 이 셋만 먼저 해놓음. 별거 아닌데 이거 안 해놓으면 뒤에서 꼭 일이 커짐. 사람 일이 이상하게 그렇게 굴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