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고 바로 배달 앱 켜려다가 문서 교정 건 하나 들어와서 잠깐 봤음. 원래는 저녁 피크 전에 한두 시간만 보고 넘길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말처럼 안 됨.
의뢰 내용은 기획서 교정이라고 돼 있었고 분량은 한 12쪽 정도. 많지는 않네 싶었지. 근데 파일 받아서 열어보니까 표도 있고, 캡처 이미지도 있고, 문장 교정이라기보다 문서 정리 쪽에 가까운 느낌. 제목 줄 간격부터 다 다르고, 본문 폰트도 중간중간 바뀌어 있음. 이런 거 보면 살짝 한숨 나옴. 교정이라고 적혀 있으면 사람은 문장만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론 워드 손질까지 딸려오는 경우가 많나 봄.
처음에 “오탈자랑 문장 어색한 것만 보면 되죠?” 하고 물어봤는데, 상대가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만 해주세요” 이러더라. 이 말이 제일 애매함. 전체적으로라니. 어디까지 전체인가. 문장만인가, 형식까지인가, 표 제목까지인가. 나 혼자 머릿속에서 범위가 계속 늘어남.
그래서 일단 1쪽만 손봐서 보내봤음. 퇴근길에 듣던 팟캐스트도 끄고, 집 근처 카페 비슷한 데 앉아서 노트북 폈는데 커피값이 한 5천원쯤 했던 듯. 교정 단가보다 커피값이 먼저 생각나는 거 보면 참.
1쪽 해보니까 감이 오긴 했음. 문장보다 문제는 문단 흐름이었음. 같은 말이 세 번 나오고, 앞에서는 “추진 배경”이라 해놓고 뒤에서는 “도입 목적”이라 하고. 의미는 비슷한데 표현이 들쭉날쭉하니 읽는 사람이 피곤함. 이런 건 오탈자 교정이라기보다는 용어 통일 쪽이지 뭐.
근데 이걸 다 잡으면 시간이 꽤 들어감. 그냥 빨간 줄 몇 개 긋는 수준이 아님. 내가 회사에서도 보고서 만지니까 눈에는 보이는데, 보인다고 다 해주면 끝이 안 남. 결국 “용어 통일이랑 문단 위치 조정까지 들어가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짧게 얘기했음. 말투는 최대한 무덤덤하게. 괜히 미안한 듯 말하면 이상하게 일이 커짐 (이건 회사 생활로 배운 듯).
상대는 처음엔 그냥 해달라는 식이었는데, 샘플 1쪽 보고 나니까 범위를 나누더라. 오탈자, 어색한 문장, 용어 통일까지만. 표 디자인이나 줄 간격은 빼고. 그제야 좀 할 만했음.
그래도 밤 11시 넘어서 끝남. 배달은 못 나갔고. 수익 인증 글 보면서 나도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잡은 건데, 이게 시간 계산 안 하면 남는 게 애매하네. 특히 문서 교정은 파일 열기 전 설명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듯. 분량보다 문서 상태가 더 큼. 10쪽이어도 깔끔하면 금방이고, 5쪽이어도 엉켜 있으면 계속 붙잡힘.
다음부터는 처음에 한 페이지만 보고 범위 정하고 들어가야겠음. 그냥 “교정” 두 글자 믿고 들어갔다가 혼자 문서 담당자 됨. 뭐 그래도 이번 건 하나 배운 셈 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