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빌려줄 때 보관가방까지 같이 주는 게 맞나, 요즘 이걸로 혼자 좀 생각함. 카메라 삼각대나 조명 같은 건 그냥 본체만 주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빌려가는 사람은 들고 갈 때부터 난감해하더라. 특히 퇴근 시간쯤 매장 끝나고 건네주면 가방 하나 있고 없고 차이가 꽤 큼.
나는 울산 남구 쪽에서 그냥 짬짬이 하는 거라 물건이 많진 않음. 삼각대 하나, 작은 LED 조명, 캠핑용 접이식 의자 두 개 정도. 처음엔 집에 있던 쇼핑백에 넣어줬는데 그게 더 없어 보이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엔 물건도 찝찝해짐. 그래서 중고로 두꺼운 장비가방 하나 샀음. 가격은 기억이 애매한데 한 만원대였나 그랬던 듯.
근데 가방까지 빌려주니까 이상하게 반납 상태가 더 좋아짐. 물건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정해져 있어서 그런가. 조명 선도 그냥 둘둘 감겨 오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있고, 삼각대 다리도 덜 긁힘. 괜히 사람 믿고 안 믿고 문제가 아니라, 넣을 자리가 있으면 대충이라도 맞춰 넣는 거 같음.
문제는 가방이 더러워짐. 캠핑의자 가방은 바닥에 막 놓고 쓰니까 흙 묻어 오는 날 많고, 지난주엔 안에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도 있었음 ㅋㅋ 그래도 본체 망가지는 것보단 낫지 뭐. 세탁은 귀찮아서 물티슈로 닦고 베란다에 하루 널어둠. 강아지가 자꾸 냄새 맡아서 그게 더 신경 쓰임.
보증금도 가방 포함해서 적어두는 편이 나은 거 같음. 얼마를 더 받는다 이런 건 나도 아직 감이 없고, 그냥 대여 메모에 구성품으로 가방, 케이블, 여분 나사 이런 식으로 써둠. 종소세 신고 처음 해보려니까 이런 사소한 입금 내역도 괜히 다 눈에 밟히네. 부업이라고 하기엔 크지도 않은데 기록 안 해두면 나중에 내가 헷갈림.
요즘 보니까 물건 자체보다 같이 딸려가는 작은 것들이 은근 손이 많이 감. 렌즈캡, 충전선, 가방, 파우치 이런 거. 본체는 멀쩡한데 부속 빠지면 다음 사람한테 못 빌려주는 날이 생기니까. 그래서 이제는 비싼 장비보다 구성품 적은 물건이 편해 보이기도 함. 빌려주는 재미는 있는데, 물건 하나 돌리는 데 생각보다 잔일이 많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