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알바 몇 번 하다 보니까 은근 물통이 제일 기억에 남음. 처음엔 그냥 리드줄 잘 잡고 시간 맞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나가보면 강아지마다 물 마시는 타이밍이 다 다르더라.
나는 보통 가기 전에 보호자한테 물 챙겨주시는지 한 번 물어봄. 너무 당연한 말 같아서 처음엔 안 물어봤는데, 어떤 집은 접이식 물그릇까지 딱 넣어주고 어떤 집은 그냥 산책만 짧게 돌면 된다고 해서 빈손으로 나간 적도 있었음. 근데 날이 애매하게 더운 날 있잖아. 햇빛은 약한데 바닥 열은 남아있는 그런 날. 그때 강아지가 계속 그늘 쪽으로만 가려고 하면 내가 괜히 신경 쓰임.
대구 쪽은 요즘 낮에는 벌써 좀 뜨거운 느낌이라, 나는 가능하면 저녁 시간대 받는 게 마음 편하긴 함. 퇴근하고 7시 전후로 잡으면 내 일정도 덜 깨지고, 강아지도 덜 헥헥대는 느낌. 물론 보호자분 일정이 있어서 다 맞출 수는 없는데, 처음 맡는 애면 시간대 물어볼 때 “평소에 산책 몇 시쯤 나가요?” 이 말 하나 해두면 나중에 덜 어색함.
이거 별거 아닌데 진짜 차이 남.
그리고 사진 보내는 것도 약간 요령 생겼음. 막 예쁘게 찍으려고 오래 붙잡고 있으면 강아지도 싫어하고 나도 이상한 사람 됨. 그냥 출발 전에 현관 앞에서 한 장, 중간에 냄새 맡는 장면 한 장, 들어와서 발 닦기 전후로 한 장 정도면 대충 상황 전달은 되는 듯. 너무 많이 보내면 나중에 나도 피곤함... 유튜브 쇼츠 올릴 때도 컷 많이 찍으면 정리 귀찮은데 그거랑 비슷한 기분임.
간식은 진짜 조심해야겠더라. 보호자가 줘도 된다고 한 것만. 예전에 어떤 분이 간식 파우치를 같이 주셨는데 내가 착각해서 산책 중에 두 번 줬거든요.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는 배변 잘했을 때만 한 번 주는 거였음. 큰일은 아니었는데 그 뒤로는 파우치 받으면 “언제 주면 돼요?” 꼭 물어봄.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한 번 민망해져봐서 그럼.
리드줄도 손목에 감는 버릇 들이는 게 좋았음. 손으로만 잡고 있으면 갑자기 비둘기나 오토바이 소리 듣고 튈 때 순간적으로 놓칠 수도 있겠더라고. 특히 작은 애들이 더 갑자기 튀는 경우 있음. 큰 애들은 힘으로 끌고 가는 느낌이면, 작은 애들은 방향 전환이 빠름. 이건 해보면 바로 느낌 옴.
돈 얘기는 뭐 정확히 말하기 좀 그런데, 동네랑 시간마다 달라서 한 번에 얼마라고 말하기 애매함. 지난주쯤 봤을 땐 짧은 산책은 한 5천원에서 만원 사이도 보이고, 좀 오래 맡거나 이동거리 있으면 더 붙는 느낌이었음. 지금은 또 다를 수도 있고. 나는 그냥 왕복 시간까지 생각해서 너무 멀면 안 잡는 편. 버스 한 번 갈아타면 그때부터 부업이 아니라 체력 기부가 됨.
비상금 모으려고 이것저것 해보는 중인데, 산책은 돈보다도 약속을 작게 잘 지키는 게 먼저인 거 같음. 몇 분 늦는 거, 사진 한 장 빠지는 거, 물 안 챙기는 거 이런 게 모이면 다음에 또 안 부르겠지 싶어서. 좀 피곤해도 기록 남겨두면 나중에 내가 편함. 강아지 이름이랑 좋아하는 길, 싫어하는 소리 이런 거 휴대폰 메모에 짧게만 적어둬도 다음번에 덜 헤맴.
집 와서 트로트 틀어놓고 메모 보면 웃기긴 함. 오늘은 누가 풀 냄새에 꽂혔고 누가 엘베 앞에서 버텼고 이런 거 적혀 있어서. 근데 이런 사소한 게 다시 맡을 때 은근 돈값 하는 거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