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점심 피크 지나고 튀김기 닦다가 좀 허무해서 적어봐요.
별일은 아닌데, 또 생각하면 별일 맞나 싶고요. 가게에서 퀵 보낼 일이 가끔 있거든요. 손님이 두고 간 카드지갑이나, 거래처에 급하게 보내는 작은 서류 같은 거요. 저는 그냥 봉투에 넣고 주소 찍고 보내면 끝이지 뭐, 이런 쪽이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네요.
오늘도 근처 사무실로 작은 봉투 하나 보냈는데, 받는 분 연락처가 대표번호만 있던 거예요. 보내는 입장에서는 “뭐 같은 건물이고 2층이면 찾겠지” 싶잖아요? 근데 기사님이 도착해서 전화했는데 자동응답 나오고, 프런트는 잠깐 비어 있고, 저는 또 김밥 말다가 전화 받고요. 이게 왜 다 저한테 돌아오나요 ㅎㅎ
결국 봉투 사진 찍어둔 거랑 “검정 봉투, 앞에 상호 적힘” 이렇게 메모 남긴 게 살렸네요. 기사님이 그거 보고 경비실에 맡기고 사진 다시 보내주셨어요. 별거 아닌데 이 한 줄 없었으면 오후 내내 찝찝했을 듯해요.
예전엔 퀵 맡길 때 너무 설명 길게 쓰면 유난 떠는 거 같아서 안 썼거든요. 근데 막상 가게 하면서 배달 위주로 굴려보니까, 받는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 물건이 뭔지 바로 모를 때가 많더군요. 특히 봉투나 작은 박스는 다 비슷비슷해요. 저도 배달 봉투 섞이면 순간 헷갈리는데 남들은 오죽하겠어요.
요즘 종소세 신고 처음 해보느라 영수증이랑 숫자만 봐도 머리 아픈데, 이런 데서 또 시간 잡아먹히면 진짜 힘 빠져요. 팟캐스트 틀어놓고 잠깐 머리 식히려다가도 퀵 전화 오면 바로 현실 복귀네요.
제가 요새 하는 건 그냥 물건 사진 한 장, 봉투나 박스 겉모습 한 장, 그리고 받는 쪽에 “연락 안 되면 어디 맡겨도 되는지” 이거만 적어두는 거예요. safe 하게 가자는 느낌이랄까요. 금액이나 정책 같은 건 앱마다 그때그때 달라 보여서 뭐라 말 못 하겠고, 지난주엔 가까운 데도 추가금이 붙는 느낌이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해야 되더군요. 특히 음식이 아니라 물건 보내는 퀵은 받았다는 말 하나 듣기 전까지 이상하게 마음이 안 놓여요. 저만 그런가요? 그냥 맡겼으면 끝이어야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또 손님 물건이면 내 일처럼 걸리니까요.
다음부터는 봉투에 매직으로 크게 한 글자라도 써놓을까 싶네요. 너무 없어 보이나 싶다가도, 찾아만 잘 가면 됐지 뭐 싶고요. 요즘은 멋보다 안 헷갈리는 게 이기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