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자료를 미리 보내야 성실해 보이는 건가, 아니면 끝나고 보내야 덜 밀리는 건가? 요즘 이거 생각하다가 작은 거 하나 바꿨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좀 들뜸.
나는 본업이 따로 있어서 밤에 짧게 온라인 수업 잡는 편임. 쿠팡이츠 타고 들어오면 몸은 이미 방전인데, 그래도 월급 외로 한 100은 만들어보고 싶어서 꾸역꾸역 하는 중이지. 송도 쪽은 밤에 바람 맞고 들어오면 정신이 맑아질 때도 있고 그냥 누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네. 진짜 사람 마음 간사함.
예전엔 체험수업 전에 자료 먼저 보내야 뭔가 있어 보일 줄 알았음. PDF 두세 장 만들고, 예시 문제 넣고, 링크도 넣고. 근데 막상 보내놓으면 상대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수업 시작하면 “아 그거 아직 못 봤어요” 이러는 경우가 꽤 있었음. 그러면 나 혼자 전날 밤에 애쓴 게 좀 김 빠지지. 아오.
지난주쯤부터는 순서를 살짝 바꿨음. 체험 전에는 아주 짧게만 보냄. 오늘 볼 범위랑 준비할 거 한 줄 정도. 대신 수업 끝나고 30분 안에 그날 했던 거를 다시 정리해서 보냄. 거창한 건 아니고, 화면 캡처 한두 장에 내가 말로 설명했던 부분을 짧게 적는 식임. “오늘 헷갈린 건 여기였고, 다음엔 이거만 먼저 보면 됨” 이런 식으로.
이게 이상하게 더 잘 먹히는 느낌임. 수업 전 자료는 숙제처럼 보이는데, 수업 후 자료는 자기한테 맞춘 기록처럼 보이나 봄. 한 분은 끝나고 바로 답 와서 다음 시간 잡자고 했고, 다른 분은 자기 애가 수업 끝나고 그 캡처 다시 봤다고 하더라. 더라 한 번만 씀... 아무튼 기분 좋았음.
내가 뭘 엄청 잘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타이밍 차이 같음. 온라인 수업은 화면 끄면 바로 관계가 끊기는 느낌이 있잖아. 근데 끝나고 뭔가 한 번 더 오면 “아 이 사람이 그냥 시간만 때운 건 아니네” 이런 인상이 남는 듯함. 당근 거래할 때도 물건 넘기고 끝이 아니라, “혹시 안 맞으면 말해” 한마디 보내면 느낌이 달라지는 거랑 비슷한가 싶었음.
물론 매번 길게 쓰면 나도 못 버팀. 그래서 양은 줄였음. 예쁘게 만들려고 하면 또 일이 커짐. 그냥 바로 읽히는 정도. 수업 중에 메모해둔 거 세 줄, 다음에 볼 거 한 줄, 필요하면 문제 사진 하나. 이 정도가 내 체력선임. 미친 듯이 꾸미면 첫 주만 하고 말 거 같아서.
요즘은 자료를 미리 많이 주는 게 성실함의 증거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함. 사람들은 미리 받은 파일보다 방금 자기한테 필요했던 한 줄을 더 기억하는 거 같음. 나도 배달 끝나고 집 와서 뭐 배우려고 하면 긴 파일 열기 싫거든. 짧게 딱 찍어주는 게 더 손이 감.
다음엔 체험수업 끝나고 보내는 문구도 좀 덜 딱딱하게 바꿔볼까 싶음. 너무 영업처럼 보이면 또 별로고, 너무 대충이면 기억 안 날 거고. 그 중간이 참 어렵네.
근데 오늘은 좀 발견한 기분임. 작은 거 하나 바꿨는데 수업이 덜 흩어지는 느낌이라 괜히 노트북 앞에 더 앉아있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