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본가 쪽으로 넘어가려다가 시간이 애매하게 떠서 역 근처 카페에 들어갔음. 버스 시간이 40분쯤 남았나 그랬고, 그냥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놓고 전자책 문의 온 거 답장이나 하려고 했지 뭐.
근데 안쪽 구석에서 기타 케이스 펴는 사람이 있길래 아 오늘 공연 있나 보다 싶었음. 카페에서 따로 크게 안내 붙인 건 못 봤고 계산대 옆 작은 종이에 저녁 7시쯤 어쿠스틱 공연이라고만 적혀 있었던 듯? 음, 이런 건 일부러 찾아가면 또 부담스러운데 우연히 걸리면 좀 좋네.
처음엔 사람들도 각자 노트북 보고 떠들고 그래서 공연 시작해도 분위기 애매할 줄 알았는데, 막상 첫 곡 들어가니까 소리가 카페 전체를 너무 세게 잡아먹지는 않더라. 스피커가 작아서 그런가. 말소리랑 음악이 같이 깔리는 정도라서 혼자 앉아 있기도 덜 뻘쭘했음.
연주자는 자작곡 두 곡 하고 커버곡도 했는데, 자작곡 부를 때 앞에 짧게 얘기하더라. 곡을 팔려고 한다기보다 그냥 왜 만들었는지 한두 문장 말하는 느낌. 그런 게 은근 기억에 남는 듯? 공연장처럼 집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라서 오히려 부담이 덜했나 봄.
수익 쪽으로 보면 테이블마다 QR 작은 거 세워둔 게 있었음. 후원인지 음원 링크인지 정확히는 안 눌러봐서 모르겠는데, 옆자리 두 명은 끝나고 찍어보는 거 같았음. 카페 입장에서도 손님이 오래 앉아 있으니 괜찮고, 연주하는 사람도 완전 길바닥보다는 덜 춥고 덜 민망한 자리겠지 싶었네.
나는 커피값 한 5천원쯤 쓰고 30분 공연 본 셈인데 손익 계산 버릇 나와서 또 생각함. 이 정도면 카페도 저녁 빈 시간 채우기 괜찮은 구조인가, 연주자는 음료 제공에 소액 후원까지 붙으면 남는 게 있나, 이런 거. 솔직히 버스 기다리던 사람 입장에서는 꽤 괜찮았음.
끝나고 박수도 막 크진 않았는데 다들 한 번씩 쳐주고, 연주자는 케이스 닫으면서 카페 사장님이랑 조용히 얘기하더라. 그 장면이 좀 남았음. 큰 공연은 아니어도 누군가는 자기 노래 들려주고, 누군가는 잠깐 멈춰서 듣고. 이런 작은 자리들이 계속 굴러가려면 돈도 분위기도 둘 다 맞아야 하는 듯... 그냥 쉬운 일은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