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쯤 본가 가는 길에 역 근처에서 작은 공연하길래 잠깐 서서 봤음. 원래 그런 거 오래 못 보는 편인데 기타 소리가 괜찮아서 한 곡만 듣고 가야지 하다가 세 곡 들었네. 근데 노래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게 앞에 세워둔 작은 판넬이었음. 공연 일정이랑 인스타 아이디, 맨 아래에 후원 QR 딱 있음.
예전엔 계좌번호 써두면 뭔가 너무 생돈 느낌이라 내가 괜히 민망했는데, QR은 좀 덜 그런 듯? 웃긴 게 어차피 돈 보내는 건 똑같은데 화면 한 번 찍는 모양새라 그런가. 사람들도 지나가다 폰 들고 찍고, 바로 보내는 사람도 있고 그냥 저장만 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았음.
근데 이게 또 너무 크게 붙어 있으면 약간 부담스럽긴 함. 음악 들으러 섰는데 후원부터 보이면 나 같은 사람은 괜히 한 발 물러남. 작은 글씨로 “마음 가면 커피 한 잔 보태줘” 이런 식이면 괜찮은데, 문구가 세면 공연 분위기까지 좀 장사판처럼 보이는 듯. 내가 마케터 일 오래 해서 그런지 이런 것만 보이나 싶기도 하고...
요즘 창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해는 감. 조회수로 돈 벌기도 쉽지 않고, 공연장 대관이나 장비값도 은근 계속 나가잖아. 버스킹도 그냥 낭만으로만 하기엔 교통비랑 시간부터 빠짐. 나도 퇴사하고 이것저것 부업 실험하다 보니, 결국 관심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 제일 애매하더라. 자연스럽게 열어두면 아무도 안 보고, 세게 말하면 부담스럽고. 대체 어디가 적당한 선임?
그래도 팜플렛이나 공연 공지 이미지에 작은 QR 넣는 건 이제 꽤 익숙해지는 중인 듯. 예매 링크랑 후원 링크를 같이 두는 팀도 봤는데, 그건 살짝 복잡해 보이긴 했음. 보는 사람 입장에선 하나만 눌러도 귀찮은데 두 개면 더 안 누르지 않나. 나만 그런가.
아무튼 그날은 결국 안 보냈음. 통장이 얇아서 양심만 찔림 ㅋㅋ 근데 집 와서 그 팀 인스타는 찾아봤다. 이런 것도 일단은 다음 공연으로 이어지는 작은 수익화인가 싶음. QR 하나가 별거 아닌데, 공연 끝나고도 기억에 남는 건 좀 신기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