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달앱 켤 때마다 좀 묘함. 예전엔 그냥 뭐 먹을까 하고 켰는데, 이제는 쿠폰 먼저 보고 배달비 보고 최소주문 보고 그러다가 배가 더 고파짐.
나는 집에서 일하는 날이 많아서 점심을 대충 넘기기 쉬운데, 애 챙기고 뭐 하다 보면 결국 앱 켜게 되거든. 노원 쪽이라 가게는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 딱 먹고 싶은 건 배달비가 세거나, 쿠폰 적용이 애매하게 안 됨. 아 진짜 이런 거 계산하다 보면 내가 밥을 고르는 건지 숙제를 푸는 건지 모르겠음.
지난주엔 치킨 시키려다가 쿠폰 있다고 해서 눌렀는데, 막상 장바구니 가니까 특정 메뉴만 된다거나 포장은 되고 배달은 안 된다거나 그런 식이었음. 그럼 또 다른 가게 보고, 리뷰 보고, 별점 보고. 그러다 보니 20분은 그냥 지나감. 그 시간에 밥을 했으면 됐나 싶긴 한데, 또 막상 냉장고 열면 김치랑 계란뿐이고.
요즘은 배달보다 포장을 자주 보게 됨. 포장 할인 붙어 있으면 그래도 좀 낫긴 하더라. 집에서 걸어서 10분 안쪽이면 그냥 슬리퍼 끌고 나갔다 오는 게 마음 편함. 다만 날씨 애매한 날은 또 귀찮지. 비 오거나 바람 불면 바로 마음 약해짐. 사람 마음 참 간사함.
앱마다 혜택이 다 달라서 이것저것 깔아두긴 했는데, 솔직히 피곤함. 한쪽은 쿠폰이 있는데 가격이 살짝 높은 거 같고, 다른 쪽은 배달비가 낮은데 리뷰 이벤트가 없고. 와 근데 요즘 리뷰 이벤트도 예전만큼 넉넉한 느낌은 아닌 듯. 콜라 작은 거 하나 주면 고맙긴 한데, 그거 받으려고 사진 찍고 문장 쓰는 것도 은근 일임.
그래도 장점이 없는 건 아님. 밤에 애 재우고 나서 갑자기 출출할 때, 밖에 안 나가고 뭐라도 도착하는 건 아직도 편하긴 함. 특히 국물 있는 거나 분식 같은 건 가끔 진짜 살려줌. 집 근처 김밥집에서 라볶이랑 김밥 같이 시키면 뭔가 하루가 간신히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고.
근데 월말에 카드 내역 보면 좀 조용해짐. 내가 이렇게 많이 먹었나. 한 달에 한 20만원 넘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음. 커피까지 앱으로 시킨 날은 진짜 반성하게 됨. 커피는 내려 마시면 되는데 그걸 또 버튼 몇 번으로 해결해버리네.
요즘 수익 인증 글들 보면서 나도 뭐라도 꾸준히 해볼까 싶은데, 정작 점심 고르는 데 에너지를 다 쓰는 느낌임. 블로그도 쓰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먹은 거 기록해볼까 했는데, 막상 사진첩 보면 뜯다 만 포장지랑 흔들린 떡볶이 사진뿐임. 생활감 너무 진함.
배달앱은 편한데 사람을 은근 조급하게 만드는 게 있음. 할인 시간 끝난다, 쿠폰 곧 사라진다, 몇 명이 보고 있다 이런 문구 보면 괜히 지금 안 시키면 손해 같고. 근데 막상 시켜 먹고 나면 그냥 배부른 사람 하나 남음.
그래도 오늘 저녁엔 안 시켜야지 해놓고, 아마 7시쯤 또 앱 켤 거 같음. 냉동실에 만두 있는 거 알면서도 괜히 메뉴 구경부터 하는 버릇... 이거 진짜 좀 줄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