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고 해서 오늘은 좀 한가하겠지 했는데 낮에 잠깐 들렀다가 컵얼음만 비어 있는 거 보고 괜히 멍했음. 날씨가 애매해도 사람들은 차가운 거 먹는구나 싶네. 나만 긴팔 입고 다니는 듯.
요즘 전자책 쪽 일도 느슨하고 시간은 남아서 무인매장 쪽 계속 만지작대는데, 제일 별거 아닌데 계속 신경 쓰이는 게 얼음컵 위치임. 처음엔 냉동고 맨 아래칸에 넣어놨거든. 그냥 공간이 거기가 남아서.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허리 숙이는 걸 안 좋아하는 거 같음. 특히 음료 자판기 옆에 바로 붙어 있으면 손이 먼저 가야 되는데, 아래 있으면 한 번 보고 그냥 지나가는 느낌?
그래서 지난주쯤 허리 높이로 올려봤음. 음료 뽑고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잡히는 자리. 뭐 대단한 변화는 아닌데 체감상은 좀 있음. 정확히 몇 개 더 나갔다 이런 건 내가 장부를 그렇게 깔끔하게 안 봐서 모르겠고, 낮 시간에 비는 속도가 확실히 덜 답답해짐. 전에는 저녁에 가면 음료만 빠지고 컵은 남아 있는 날이 있었는데, 지금은 같이 줄어드는 편임.
근데 이게 또 위로 올리면 문제는 생김. 문 열 때 성에 낀 거 보이고 컵 비닐에 물기 맺히면 보기 좀 별로임. 아오 진짜. 냉동고가 오래돼서 그런가? 새벽에 문 자주 안 열릴 때는 괜찮은데 오후 지나면 앞쪽 컵들이 살짝 눅눅해 보임. 그래서 맨 앞줄은 너무 빡빡하게 안 채우고, 한 줄 정도 여유 두고 넣는 중임. 꽉 채우면 마음은 편한데 보기는 더 답답해지는 느낌임.
그리고 안내 문구도 괜히 길게 붙이면 안 읽는 듯. 처음엔 “컵얼음은 냉동고 안쪽에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붙였는데 아무도 안 보는 거 같아서 그냥 “얼음컵 여기” 이렇게 작게 바꿈. 테이프도 반듯하게 못 붙여서 좀 없어 보이긴 한데, 그래도 눈에는 더 들어오는 듯함. 이게 맞나 싶다가도 무인매장은 결국 손님이 2초 안에 알아봐야 하는 거 같음.
가격도 요즘 애매함. 주변 편의점이랑 맞추자니 남는 게 너무 얇고, 조금 올리면 괜히 안 나갈까 봐 신경 쓰임. 나는 지금 한 800원 근처로 맞춰놨는데, 이게 동네마다 다를 거라 뭐라 말하기도 애매하네. 광명 쪽은 학생보다 직장인 지나가는 시간이 더 티 나는 느낌이라 점심 지나고 오후에 컵이 많이 움직임. 밤에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보충 시간도 바꿔봤는데, 밤 늦게 채우는 것보다 오전에 한 번, 오후 4시 전후에 한 번 보는 게 덜 꼬임. 밤에 꽉 채워두면 다음날 오전까지는 편한데 상태가 좀 지저분해 보이는 날이 있어서. 나만 이런 거 신경 쓰나? 손님은 별생각 없을 수도 있는데 내가 보면 찝찝함.
웃긴 건 이런 거 만지다 보면 내가 무슨 큰 사업 하는 사람처럼 굴고 있음. 통장은 얇은데 냉동고 앞에서 컵 각도 보고 있음. 에휴. 그래도 위치 하나 바꾸고 나서 음료랑 같이 빠지는 거 보면 괜히 덜 헛짓한 느낌은 남. 다음엔 컵 옆에 빨대 놓는 위치를 바꿔볼까 하는데, 또 그거 하나로 한참 고민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