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하면서 제일 애매했던 게 재고 보는 시간이었음. 처음엔 밤에 손님 빠지고 나서 보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 시간이 내 몸이 제일 꺼지는 시간이네. 낮에 퀵 타고 돌아다니다가 밤에 매장 들르면 라디오 소리도 안 들릴 만큼 멍함.
그래서 계속 고민했음. 이걸 새벽에 봐야 하나, 아침에 봐야 하나. 새벽에 가면 손님 거의 없어서 편하긴 한데 진짜 사람 기운이 빠짐. 특히 비 오는 날은 바닥 끈적한 거 닦고 음료 채우고 나오면 그냥 하루가 벌써 끝난 느낌임 ㅠㅠ
망설였던 건 매출 시간대가 좀 들쭉날쭉해서였음. 우리 쪽은 밤 10시 넘어서 컵라면이랑 음료가 은근 빠지고, 아침엔 커피류랑 작은 과자 같은 게 나감. 그래서 밤에 한 번 안 보면 다음날 오전에 빈 칸 생길 때가 있더라. 근데 그거 잡겠다고 매일 밤 들어가니까 오래 못 감. 부업 1년쯤 되니까 몸이 먼저 계산함. 이거 계속 이렇게 하면 본업까지 흔들리겠다 싶은 거.
요즘은 그냥 시간을 둘로 쪼갰음. 매일 풀로 보는 건 포기하고, 평일은 아침에 짧게 보고 주말 전날만 밤에 한 번 더 감. 아침엔 품절 난 것만 채우고, 먼지나 바닥은 눈에 확 띄는 데만 처리함. 냉장고 깊숙한 정리는 주 2회 정도로 미뤘음. 처음엔 찝찝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매출 차이는 크게 모르겠고 내 피로만 좀 줄었음.
재고도 예전엔 종류별로 꽉꽉 채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잘 빠지는 것만 앞줄 두껍게 둠. 안 나가는 젤리나 과자는 욕심내서 많이 넣으면 유통기한만 신경 쓰임. 한 번은 행사한다고 들여온 음료가 생각보다 안 빠져서 몇 박스 들고 집에 가져온 적 있음. 그 뒤로 새 상품은 무조건 적게 넣고 반응 봄. 싸게 들여왔다고 다 이득은 아니네.
CCTV도 계속 붙잡고 보진 않음. 알림만 켜두고 특정 시간대만 대충 확인함. 새벽에 문 오래 열려 있거나, 결제 안 찍히고 왔다 갔다 하는 정도만 봄. 처음엔 뭔 일 날까 봐 자꾸 폰 봤는데 그거 은근 사람 말림. 퀵 콜 기다리다가도 화면 보게 되고.
청소용품은 매장 안쪽에 작은 박스로 따로 뒀음. 물티슈, 장갑, 작은 쓰레기봉투, 테이프 정도. 별거 아닌데 이거 없으면 괜히 편의점 들렀다 오고 시간이 늘어남. 한 5천원쯤 하는 소모품 아끼려다가 20분 날리는 꼴이라 그냥 넉넉히 둠. 지난주에 산 건 가격이 좀 올랐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남.
나는 이제 매장을 완벽하게 보겠다는 생각을 좀 접었음. 비는 칸 하나도 없게 하려면 사람이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럼 무인이 아닌 거 같음. 대신 손님이 봤을 때 너무 방치된 느낌만 안 나게. 그 선을 잡는 게 더 현실적인 듯.
아침에 라디오 틀어놓고 15분만 보고 나오는 쪽이 내 몸엔 맞네. 밤마다 붙잡고 있던 때보다 덜 벌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오래 할 수는 있을 거 같음. 오래 버티는 것도 기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