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달 끝나고 들어오면 앱 정산금 보는 버릇이 생김. 예전엔 그냥 통장에 섞여 들어오면 생활비로 녹아버렸는데, 지난달부터는 하루 끝나고 남는 거 중에 일부만 따로 빼봄. 큰돈은 아니고 진짜 애매하게 1만 원, 2만 원 이런 식으로.
처음엔 이게 뭐 의미 있나 싶었음. 기름값 나가고 밥값 나가고 커피 한 잔 마시면 또 빠지고, 송도 쪽은 은근 이동거리 길어지는 날 있지. 아오 진짜 신호 한 번 꼬이면 시간도 돈도 같이 새는 기분임.
근데 따로 빼두니까 이상하게 보이긴 하네.
나는 그냥 입출금 통장 하나 더 만들어서 거기에 넣음. 이름도 거창하게 안 하고 부수입통장 이런 식으로 해놨는데, 웃긴 게 이름 붙여놓으니까 막 쓰기 좀 아까워짐. 당근에서 뭐 싸게 올라온 거 보면 예전 같으면 바로 찜하고 채팅 걸었을 텐데, 요즘은 한 번 더 멈춤. 이거 사면 오늘 뺀 돈 다시 깨지는 거네? 이런 생각이 먼저 듦.
주식이나 코인은 솔직히 요즘 크게 못 건드림. 예전에 괜히 급하게 들어갔다가 물린 기억 있어서 지금은 소액만 함. 한 번에 벌겠다는 생각하면 꼭 손이 빨라지고, 손 빨라지면 이상하게 계좌가 조용히 줄어듦. 미친.
그래서 그냥 요즘은 현금 흐름 먼저 보는 중임. 하루에 얼마 벌었고, 얼마 썼고, 진짜 남은 게 얼마인지. 이게 너무 기본인데 막상 해보면 내가 생각보다 많이 새고 있었음. 특히 편의점. 배달하다가 물 하나, 삼각김밥 하나, 에너지음료 하나 이런 거 찍히면 별거 아닌데 일주일 지나면 꽤 됨. 카드 내역 보면 약간 민망함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부수입 100만 원 만드는 게 목표긴 한데, 벌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닌 거 같음. 안 새게 잡는 것도 반은 가는 듯. 물론 말은 쉬움. 비 오는 날 뛰고 들어오면 뭔가 나한테 보상 줘야 할 거 같고, 그럼 또 야식앱 열고 있음. 에휴.
그래도 이번 달은 따로 빼둔 돈이 눈에 보이니까 좀 버티게 됨. 주식 매수도 그냥 그 통장에서 소액으로만 해볼까 생각 중임. 막 얼마 넣겠다 이런 건 정하지 않았고, 하루 벌이 괜찮은 날에만 조금. 지난주쯤엔 5천 원 단위로도 살 수 있는 거 다시 보다가 그냥 닫았음. 괜히 밤에 보면 판단 흐려짐.
돈 모으는 게 되게 대단한 결심 같았는데 막상 해보면 그냥 귀찮은 습관 하나 만드는 느낌임. 오늘도 정산 뜨면 조금 빼둘 듯. 많이는 못 빼도, 통장에 숫자 하나 따로 쌓이는 거 보면 기분이 좀 덜 허함. 요즘은 그 정도만 돼도 어디냐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