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거래 몇 개 굴려보면서 느낀 건데, 물건값만 깎는다고 빨리 나가는 게 아닌 듯?
임대료 오른다는 통보 받고 나니까 집에 쌓인 물건도 그냥 물건으로 안 보이고, 작은 현금 흐름처럼 보이기 시작함. 거창한 건 아니고 안 쓰는 보드게임, 예전 모니터 받침대, 충전기류, 이런 거 하나씩 올려보는 중임.
근데 의외로 가격보다 답장 시간이 더 크게 먹히는 거 같음. 같은 물건을 2만원에 올려도 답장 늦으면 그냥 식고, 2만3천원이어도 바로 위치랑 시간 얘기 딱 잡아주면 거래가 굴러감. 나만 그런가 했는데 사는 입장 생각해보면 맞는 듯. 중고거래는 물건 사는 것도 있지만 기다리는 피곤함을 같이 사는 거잖아.
나는 요즘 글 올리면 첫 문장에 상태를 길게 안 씀. 예전엔 흠집 어디 있고 사용 기간 어쩌고 다 써놨는데,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거 다 읽는 느낌이 아니었음. 사진 먼저 보고 가격 보고, 그다음에 대화에서 확인하는 쪽이 많더라. 그래서 글에는 짧게만 둠. 사용감 있음, 작동 확인함, 직거래는 부평 쪽 가능함. 이런 식.
사진도 은근 차이 남. 바닥에 대충 찍은 것보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옆에 작은 물건 하나 두면 크기가 감이 와서 그런지 질문이 줄어듦. 박스 있으면 첫 사진 말고 뒤쪽에 넣는 게 낫더라. 첫 사진부터 박스만 보이면 물건이 작아 보이는 이상한 느낌 있음. 이건 내 착각인가?
거래 장소는 너무 내 집 가까이만 잡으면 편하긴 한데, 이상하게 파토도 좀 나는 듯. 부평역 안쪽처럼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서로 찾다가 짜증나고, 나는 요즘 그냥 편의점 앞이나 카페 입구처럼 딱 보이는 데로 말함. 비 오는 날은 더 그래. 우산 들고 박스 들고 서로 눈치 보는 거 피곤함.
예약금은 아직도 애매함. 비싼 건 조금 받는 게 맞는 거 같고, 만원 이하는 예약금 얘기 꺼내는 순간 거래가 무거워지는 느낌임. 대신 “몇 시까지 안 되면 다음 분에게 넘김” 이 말은 꼭 하는 편. 이게 차갑게 들리나 싶었는데 오히려 깔끔함. 서로 시간값이 있으니까.
가격 내릴 때도 한 번에 확 내리는 것보다 하루 이틀 보고 살짝 내리는 게 나은 듯. 3만원 올렸다가 바로 2만원으로 떨어뜨리면 내가 급한 사람처럼 보이고, 그러면 채팅에서 또 깎으려 함. 한 2천원, 3천원 정도 움직이는 게 덜 흔들림. 물론 빨리 비워야 하는 물건은 그냥 싸게 던지는 게 속 편하긴 하지.
그리고 채팅 첫 답장은 짧게라도 빨리 주는 게 좋음. “가능함, 오늘 저녁 7시 이후 됨” 이 정도만 보내도 상대가 붙어 있음. 내가 예전에 길게 답하려고 미루다가 놓친 게 꽤 됐음. 장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이게 또 요즘 내 작은 실험이라 보게 되네.
은근 중고거래도 운영 방식이 있긴 함. 물건 잘 닦는 거, 사진 순서, 답장 속도, 장소 잡는 말투. 큰돈 버는 건 아니어도 이런 자잘한 거 줄이면 스트레스가 덜함. 나이 먹고 이런 걸 새로 배우는 것도 좀 웃기긴 한데, 집 한쪽 비워지고 커피값 정도 들어오면 그날은 괜찮은 거래였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