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자리 하나 정해두는 거 별거 아니라고 봤는데, 이번에 무광 회색 배경천 하나 깔아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보통 주말에 스마트스토어 포장 몰아서 하면서 중고로 뺄 물건도 같이 찍거든요. 예전엔 그냥 거실 바닥이나 식탁 위에서 찍었는데, 바닥 무늬가 생각보다 물건을 잡아먹네요. 특히 검은색 충전기나 작은 전자기기류는 사진이 지저분해 보이고, 책은 책대로 그림자가 이상하게 져서 묘하게 오래된 느낌이 나고요.
지난주쯤 동탄 근처 카페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문구점에서 무광 종이 비슷한 걸 샀는데, 가격은 한 5천원 안쪽이었던 듯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커피 한 잔보다 싸길래 그냥 집어왔어요. 처음엔 너무 회색이라 칙칙한가 했는데 막상 물건 올리고 찍으니까 앱에서 썸네일로 볼 때 훨씬 단정해 보이더라고요. 음, 괜히 쇼핑몰 사진이 배경을 죽이는 게 아니었나 싶었네요.
좋았던 건 물건 상태 설명을 덜 길게 써도 사진에서 어느 정도 보인다는 거예요. 사용감 있는 부분은 일부러 가까이 찍고, 전체샷은 같은 배경에서 한 장 찍으니까 보는 사람도 판단이 빠른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문의가 막 폭발했다 이런 건 아니고요 ㅎㅎ 그래도 “사진상으로 상태 괜찮아 보이네요” 같은 말은 두 번 들었어요. 저는 이게 은근 크다고 봐요. 거래하다 보면 사진 못 믿겠다는 분위기 나오면 대화가 길어지거든요.
아쉬운 건 먼지가 생각보다 잘 보여요. 검은 옷 한 번 올렸다가 털 같은 게 붙어서 사진 확대하니 너무 잘 보이길래 테이프로 한 번씩 찍어내고 쓰고 있어요. 그리고 배경이 너무 깔끔해지니까 흠집도 같이 선명해져요. 이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가격을 너무 높게 올려두면 오히려 깎자는 말이 빨리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상태가 다 드러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작은 물건 파는 분들은 배경 하나 고정해두면 편할 거 같아요. 조명까지 거창하게 할 건 없고 낮에 창가 근처에서 찍으면 웬만큼 나오네요. 저는 평일 저녁엔 집 조명이 노래서 그냥 포기하고, 토요일 오전에 몰아서 찍는 쪽으로 바꿨어요. 물건 다섯 개만 찍어도 사진 톤이 같으니까 올릴 때 덜 피곤해요.
그리고 배경을 깔아두니까 이상하게 치수를 같이 재게 되네요. 줄자 놓고 한 장 찍고, 박스 들어갈 크기인지 미리 보게 되고요. 예전엔 팔고 나서 포장할 때 “이게 왜 안 들어가지” 하면서 봉투 찾고 박스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사진 찍는 자리 옆에 줄자랑 작은 저울도 같이 둬요. 거창한 장비는 아닌데 흐름이 생기니까 중고거래가 조금 덜 귀찮아졌어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손 덜 가게 만드는 게 부수입 쪽에서는 은근 오래 가는 방법 같아요. 대단한 노하우는 아닌데, 저처럼 집에서 대충 찍다가 사진만 봐도 피곤해 보였던 분들은 배경 바꾸는 거 한 번쯤은 해볼 만하네요. 색은 흰색보다 회색이 저는 더 편했어요. 흰색은 밝아 보이긴 하는데 먼지도 그렇고 노출이 좀 날아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