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견적 문장 하나 덜어낸 날

작은루틴Lv.12026년 5월 18일조회 11추천 0댓글 5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어제 저녁에 견적 하나 넣다가 커피가 다 식었어요. 별거 아닌데 첫 문장만 계속 보고 있으면 시간이 이상하게 빨리 가네요.

건은 상세페이지 쪽이었고, 문의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어요. 기존 페이지가 있는데 전환이 낮아서 문구랑 구조를 봐달라는 식. 처음엔 저도 평소처럼 “안녕하세요, 요청 주신 내용 확인했습니다”로 시작하려다가 멈췄습니다. 너무 많이 쓴 문장이라 그런지 제가 봐도 손이 안 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 10분 정도는 그냥 문의글을 다시 읽었어요. 어떤 상품인지, 지금 막힌 게 디자인인지 문구인지, 아니면 고객이 어디서 이탈하는지. 그러다 첫 문장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현재 페이지는 상품 설명보다 구매 이유가 늦게 나오는 쪽으로 보여요.” 딱 이 말부터 넣었어요.

보내놓고 나서도 조금 신경 쓰였어요. 너무 바로 판단하는 사람처럼 보이나 싶기도 하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인사 긴 것보다 자기 글을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먼저 오는 게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물론 너무 단정적으로 쓰면 부담스럽긴 해서 뒤에는 “상세 진단은 자료 보고 더 맞춰봐야 할 것 같아요” 정도로 낮췄고요.

오늘 낮쯤 답장이 왔는데, “제가 느낀 문제랑 비슷하다”는 말이 먼저 있었습니다. 수주가 바로 된 건 아니고, 추가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이런 게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대화가 열리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네요.

예전엔 견적을 잘 쓰려면 경력이나 작업 범위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첫 줄에서 상대방 상황을 한 번 짚어주는 게 더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경력은 어차피 프로필에 있고, 견적서 안에서는 “이 사람이 내 문제를 알아들었나”가 먼저 보이나 봐요.

저도 아직 매번 되는 건 아니고, 급하게 넣을 땐 다시 뻔한 문장으로 돌아갑니다. 특히 밤에 피곤할 때는 그냥 자동완성처럼 써버림. 그래도 어제처럼 문의글을 한 번 더 읽고 첫 문장만 바꿔도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래서 저장해둔 견적 템플릿도 조금 지웠습니다. 많이 채우는 것보다 덜어내는 게 더 어렵네요. 특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은 문장은 쓰는 순간 마음은 편한데, 막상 읽는 사람한테는 별 정보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