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크몽이든 프리모아든 견적 넣는 사람들 글 보면, 뭘 더 쓰느냐보다 뭘 안 쓰느냐 쪽으로 가는 느낌 좀 있음.
나도 예전엔 견적 쓸 때 괜히 말 많았음. 배달 끝나고 밤에 앉아서 커피 식은 거 옆에 두고, 이력 적고 가능 범위 적고 왜 내가 맞는지까지 막 써놨는데 읽어보면 내가 봐도 숨참. 아 진짜 이걸 누가 다 읽나 싶고.
최근에 본 사람은 첫 문장에 그냥 “이 작업은 여기까지 가능하고, 이 부분은 별도 협의가 필요함” 이렇게 박아놨더라. 말투는 딱딱하지 않은데 선이 보였음. 이상하게 그게 더 믿음 가는 듯? 나는 견적이 친절해야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친절이랑 길게 쓰는 건 별개인가 봄.
특히 “최대한 맞춰드릴게요” 이 말이 은근 애매한 거 같음. 받는 사람 입장에선 좋아 보일 수 있는데, 나중에 작업 범위 슬금슬금 늘어날 구멍이 되는 듯. 예전에 중고거래할 때도 “어느 정도 네고 가능” 써놓으면 꼭 어느 정도를 한참 넘기는 사람 나옴. 그거랑 비슷한 느낌임.
샘플 링크도 그냥 많이 던지는 것보다, 제일 비슷한 거 하나 먼저 두고 나머지는 뒤에 붙이는 게 보기 편하긴 하더라. 내가 의뢰자라도 앞에서 감 잡고 싶지, 링크 다섯 개 열어놓고 비교하고 싶진 않을 듯. 에휴 사람 마음 다 비슷한가.
요즘 내가 눈여겨보는 건 견적 끝부분임. “진행 원하시면 연락 주세요” 이런 말보다 “자료 받으면 범위 보고 일정 다시 잡겠음” 이런 쪽이 좀 덜 매달리는 느낌이라 해야 되나. 수주가 급해 보여도 안 좋고, 너무 고자세면 또 별로고. 그 중간이 참 어렵네 뭐.
나도 올해는 뭐든 크게 키워보겠다 해놓고 벌써 반쯤 접는 기분인데, 견적 문장 하나 줄이는 건 그래도 해볼 만한 일인 듯.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괜히 내 발목 잡는 말 몇 개만 빼도 나중에 덜 피곤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