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물건 사오는 것보다 보내는 쪽에서 더 진이 빠지는 느낌임. 예전엔 그냥 주문 들어오면 포장하고 송장 뽑고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반복하니까 작은 데서 시간이 계속 새네.
특히 해외에서 들어온 박스 그대로 쓰려다가 한 번 크게 데인 뒤로는 그냥 웬만하면 새 박스로 갈아탐. 겉에 붙은 바코드나 기존 라벨 떼는 것도 귀찮고, 박스가 멀쩡해 보여도 모서리가 눌려 있으면 괜히 마음이 불편함. 근데 새 박스 쓰면 또 박스값이 쌓임. 하나씩 보면 얼마 아닌데 한 달 지나서 보면 은근히 보임.
송장도 생각보다 신경 쓰임. 프린터 상태 안 좋으면 바코드가 흐리게 나와서 다시 뽑고, 테이프로 덮으면 빛 반사 때문에 스캔 잘 안 될까 봐 또 찝찝하고. 라벨지 쓰면 편하긴 한데 이것도 계속 쓰면 돈임. 그냥 A4에 뽑아서 잘라 붙일까 하다가도 손 많이 가서 결국 라벨지로 돌아옴. 사람 참 간사함...
지난주쯤엔 소형 제품 몇 개를 완충봉투에 넣어봤는데 확실히 빠르긴 했음. 박스 접고 테이프 두르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손이 덜 감. 근데 문제는 안에 제품 케이스가 조금만 약해도 불안하다는 거. 고객 입장에서는 겉봉투가 멀쩡해도 안에서 모서리 눌리면 바로 기분 상할 수 있으니, 결국 물건마다 갈라서 써야 하나 싶음.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하다 보면 책상 위에 봉투, 박스, 뽁뽁이, 송장 다 벌어져 있고 정신없음.
그리고 반품 들어올 때가 제일 애매함. 국내 택배처럼 딱 정해진 흐름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직구나 역직구 쪽은 박스 상태부터 구성품 확인까지 괜히 더 조심하게 됨. 별거 아닌 케이블 하나 빠졌나 확인하고, 비닐 다시 넣고, 사진 찍어두고. 나중에 말 엇갈리면 피곤해지니까 해두긴 하는데 이게 은근 노동임.
요즘은 그냥 포장용품을 너무 많이 벌리지 말고 몇 가지로 고정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듦. 처음엔 사이즈별로 다 맞추면 깔끔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재고 관리가 더 귀찮음. 작은 박스는 잘 나가는데 애매한 중간 사이즈는 쌓이고, 봉투도 한 종류는 너무 얇고 한 종류는 또 남아돌고. 공간만 잡아먹음.
비용도 비용인데 손이 덜 가는 쪽이 결국 오래 가는 거 같음. 한두 건 보낼 때야 정성껏 맞춰도 되는데, 주문이 몰리는 날엔 포장 방식 복잡하면 바로 티 남. 밤에 송장 뽑다가 라벨 한 칸 밀려서 버리면 진짜 별거 아닌데 짜증남 ㅋㅋ
그래서 당분간은 박스 두세 사이즈, 완충봉투 한 사이즈 정도만 두고 돌려볼까 함. 물건마다 딱 맞는 포장은 포기하고, 파손 안 나고 보기 너무 성의없지만 않으면 되는 선으로.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너무 깔끔하게 하려다 내가 먼저 지치는 느낌이라 좀 덜 예민하게 가야 하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