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낮에 시간이 좀 비어서 행사 도우미 같은 거 한두 번 기웃거려봤는데, 생각보다 다리 아픈 일이더라. 분당에서 전철 타고 서울 쪽 나가는 것도 은근 일이고, 행사장은 또 들어가면 어디가 어디인지 처음엔 감이 안 잡힘.
처음 갔을 때는 그냥 배정받은 데만 보고 서 있었는데, 끝나고 보니 내가 제일 먼저 봤어야 할 게 쉬는 자리였음. 의자 있는 곳, 물 마실 수 있는 곳, 화장실 가까운 쪽. 이거 안 봐두면 괜히 쉬는 시간 10분 받아도 반은 헤매다 끝남. 젊은 사람들은 금방 찾는지 몰라도 나는 동선 한번 꼬이면 괜히 신경 쓰임.
물품보관도 은근 중요함. 가방 큰 거 들고 가면 맡길 데가 애매한 경우가 있더라. 지난번엔 스태프실 구석에 두라 해서 뒀는데, 사람 계속 들락날락하니까 괜히 불안했음. 귀중품은 그냥 작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게 낫겠더라. 보조배터리도 작은 거 하나 챙기고. 앱으로 출퇴근 찍는 곳도 있고 연락을 단톡으로 하는 데도 있어서 배터리 닳으면 진짜 귀찮아짐.
신발은 말할 것도 없고. 새 운동화 신고 갔다가 발등 쓸려서 하루 종일 신경 쓰였음. 그냥 동네 산책할 때 신던 편한 신발이 제일 낫다. 옷도 검정 바지 입으라 해서 아무거나 입고 갔는데, 주머니 없는 바지면 또 불편함. 펜 하나, 작은 메모지, 사탕 한두 개 이런 거 넣어둘 데가 있어야 함 (나만 그런가 싶긴 한데 목 마르고 당 떨어지면 짜증부터 남).
밥 주는지도 미리 봐야 함. 준다고 해도 시간이 애매한 경우가 있음. 점심 지나서 2시쯤 도시락 받으면 이미 속이 빈 상태라 일할 때 예민해짐. 편의점 김밥 하나라도 미리 사두면 마음이 편함.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려 해도 행사장 주변은 줄 길 때 많고, 가격도 괜히 더 비싼 느낌임.
그리고 담당자 말투가 빠르면 못 알아들은 척하지 말고 바로 다시 물어보는 게 낫다. 괜히 아는 척하다가 다른 구역 서 있으면 서로 피곤함. 특히 입장 줄 정리, 팔찌 확인, 사은품 배부 이런 건 기준이 계속 바뀔 때가 있더라. “몇 개까지 주는지”, “재입장 되는지” 이런 거 손님이 계속 물어보는데 애매하게 대답하면 바로 꼬임.
나는 아직 몇 번 안 해봤지만, 행사 도우미가 단순히 서 있기만 하는 건 아닌 듯함. 계속 눈치 보고, 말 듣고, 사람 흐름 보고, 내 몸도 챙겨야 하네. 돈은 뭐 엄청 큰 건 아닌데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움직이는 맛은 있음. 다만 끝나고 집에 오면 현관에서 양말 벗을 때 좀 허무함. 다음엔 시작 전에 쉬는 자리부터 보고 움직여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