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일 나가면 대기시간은 그냥 감안해야 하는 건가? 일한 시간보다 기다린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 날이 있어서 좀 애매함. 몸 쓴 건 당연히 힘든데,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이 길면 이상하게 더 축 처짐.
지난주쯤 하루짜리 물류 보조 갔는데 집합은 아침 7시 반이었음. 성동구에서 지하철 갈아타고 가니까 새벽 느낌까진 아닌데, 라디오 틀어놓고 가도 눈이 반쯤 감기더라. 도착해서 바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인원 맞추고, 조끼 나눠주고, 현장 쪽에서 뭐 확인한다고 한참 서 있었음. 그때 이미 다리부터 무거워짐.
일 자체는 엄청 특별하진 않았어. 박스 옮기고 분류 쪽 잠깐 붙고, 중간에 바닥에 떨어진 비닐 같은 거 치우고. 근데 처음에 장갑을 대충 챙겨갔다가 손바닥이 빨리 뜨거워지는 느낌이 있더라. 코팅장갑 하나 더 있었으면 덜 신경 쓰였을 듯. 편의점에서 산 건 한 2천원대였나, 정확히는 기억 안 남. 그냥 집에 남는 거 아무거나 끼고 가는 거랑은 차이가 좀 있음.
신발도 또 문제였음. 평소에 그림 작업할 때는 거의 앉아 있으니까 운동화 쿠션 이런 거 별로 생각 안 하는데, 하루 서 있으니 발바닥이 바로 티냄. 특히 바닥 딱딱한 창고는 발목보다 발바닥이 먼저 짜증남. 작업화까지는 아니어도 밑창 얇은 신발은 피하는 게 낫겠더라. 생각보다 크네.
밥시간은 12시 넘어서 잡혔고, 주변에 식당이 애매해서 다 같이 근처 분식집 같은 데 갔음. 이런 것도 은근 현장마다 차이 나는 듯. 어떤 데는 밥값을 따로 주는 느낌이고, 어떤 데는 그냥 알아서 해결하는 분위기고. 지난번엔 물을 현장에서 챙겨줘서 괜찮았는데 이번엔 자판기 물 사 마셨음. 이런 작은 돈이 막 큰 건 아닌데, 하루 일당 생각하면 괜히 계산하게 되잖아.
그리고 대기할 때 어디 기대 있을 데가 있냐 없냐도 꽤 큼.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시작 전에 이미 에너지 빠짐. 차라리 바로 일하고 바로 끝나는 게 덜 억울한데, 중간중간 빈 시간이 길면 돈 받는 시간 안에 들어가도 기분이 묘함.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다가도 주변 사람들 다 말수 줄어드는 거 보면 다 비슷한가 봄.
다음에 하루 일 잡을 때는 시간만 보지 말고 집합 장소랑 이동 거리, 현장 주변에 뭐 있는지 정도는 더 볼 것 같음. 앱에 적힌 내용이 전부는 아니라서 막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역에서 먼 곳은 끝나고 돌아올 때 진짜 사람을 조용하게 만듦... 집 와서 작업 파일 열었는데 선 하나 긋다가 그냥 닫았음.
그래도 단기 일은 확실히 바로 돈 흐름 만드는 느낌은 있어서 아예 안 하긴 애매함. 본업 쉬는 동안 부업만 굴리려니까 수입이 들쭉날쭉해서 하루씩 끼워 넣게 되네. 다음엔 물이랑 장갑이랑 깔창이라도 챙겨가야지 싶음. 준비가 거창한 건 아닌데, 안 챙기면 하루 종일 그거만 생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