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놓으면서 제일 귀찮은 게 뭔가 했더니 생각보다 같은 말 반복하는 거였음. 보일러는 어디서 켜냐, 음식물은 어디 버리냐, 택배는 어디로 오냐, 와이파이 비번 뭐냐 이런 거. 처음엔 카톡으로 하나씩 보내줬는데 사람마다 묻는 타이밍도 다르고, 나도 외주 마감 걸려 있으면 답이 늦어져서 괜히 미안해짐.
그래서 이번에 그냥 A4 한 장으로 만들어서 현관 신발장 안쪽에 붙여둠.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이런 거까지 디자인하냐 싶긴 한데 아 진짜 별거 아님. 그냥 큰 글씨로 자주 묻는 거만 적고, 쓰레기 버리는 요일이랑 관리실 번호, 보일러 간단 조작, 차단기 위치 이런 거 넣었음. 파일은 폰에 저장해두고 바뀌면 수정해서 근처 출력집에서 한 장 뽑음. 코팅은 안 했고 투명 파일에 넣어서 붙였지.
와 근데 이거 하나로 연락이 좀 줄긴 하네. 특히 분리수거 쪽. 예전엔 박스 어디 두냐고 꼭 한 번씩 물어봤는데, 이번 세입자는 입주하고 며칠 지나도 조용했음. 조용하면 좋은 거 맞지? 괜히 내가 불안해서 먼저 뭐 불편한 거 없냐고 물어볼 뻔했는데 참음.
대신 너무 많이 적으면 안 읽는 거 같음. 처음엔 욕심나서 환풍기, 싱크대 배수구망, 욕실 실리콘 물기 닦기 이런 것까지 넣고 싶었는데 그러면 약간 잔소리판 되는 느낌이라 뺐음. 세입자 입장에서도 들어오자마자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해라” 보면 기분 별로일 거 같긴 해. 나도 남의 집 단기 숙소 갔을 때 벽에 안내문 빽빽하면 벌써 피곤하더라.
이번엔 딱 생활에 필요한 거만. 근데 전등 스위치가 좀 헷갈리는 구조라 그건 작은 스티커 붙였음. 거실, 주방, 현관 이렇게. 이건 안내문보다 스티커가 낫더라. 글로 설명해봤자 결국 눌러봐야 아는 거라.
사진도 하나 찍어뒀음. 나중에 누가 “이거 어디 있어요?” 하면 그 사진 보내려고. 차단기함 위치 같은 건 말로 설명하면 은근 꼬임. “현관 들어와서 오른쪽 위”라고 해도 집 구조 기억 안 나면 나도 순간 멈칫함. 에휴 내 집도 아닌데 머릿속에 집 평면도가 몇 개씩 떠다니는 느낌임.
비용은 진짜 별거 안 들었음. 출력 한 장이랑 투명 파일, 테이프 정도라 한 2천원? 정확히는 기억 안 남. 근데 효과는 꽤 있음. 막 대단한 관리 노하우 이런 건 아닌데, 같은 설명 세 번 줄이는 것만 해도 체력 덜 빠지는 거 같음. 요즘 스마트스토어 매출도 들쭉날쭉해서 머리 복잡한데 임대 쪽 연락까지 자잘하게 오면 은근 하루 리듬 깨지거든.
하나 아쉬운 건 안내문을 너무 눈에 잘 띄게 붙이면 또 집이 사무실 같아 보임. 그래서 냉장고나 벽 한가운데는 좀 별로고, 신발장 안쪽이나 싱크대 하부장 안쪽 정도가 나은 듯. 보긴 보는데 막 생활감 망치진 않는 자리. 이런 거까지 신경 쓰는 내가 웃기긴 한데, 사진 찍어서 매물 올릴 때도 괜히 지저분해 보이면 손해라서.
다음엔 QR 같은 거 넣어볼까 하다가 그건 좀 오버 같아서 멈춤. 미친, 내가 무슨 호텔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종이 한 장이 지금 수준엔 맞는 듯함. 생각보다 임대는 큰돈 들어가는 수리보다 이런 자잘한 반복 줄이는 게 사람 덜 지치게 하는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