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돈함 옆에 메모 하나 붙였더니 괜히 마음이 좀 편해짐.
우리 매장은 완전 큰 데는 아니고 동네 안쪽 무인 간식 쪽이라 새벽에 막 사람이 몰리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동전 넣는 쪽에서 자꾸 멈칫하는 사람이 있었음. CCTV 돌려보면 고장 난 것도 아닌데 손 넣었다 뺐다 하고, 문 앞에서 폰 보다가 그냥 나가는 경우도 있고.
처음엔 기계 문제인가 싶어서 지난주 밤에 한 번 가서 내가 직접 해봤거든. 카드도 되고 간편결제도 되는데 잔돈 반환 버튼 위치가 생각보다 눈에 안 들어옴. 특히 처음 오는 사람은 화면만 보고 있다가 잔돈함을 안 보는 듯함.
그래서 크게 뭘 바꾼 건 아니고, 잔돈 나오는 칸 바로 위에 작은 라벨지로 “잔돈은 아래 칸 확인” 이런 식으로 붙임. 말투 너무 안내문 같으면 괜히 딱딱해서 그냥 짧게. 프린터도 귀찮아서 집에 있던 라벨기로 뽑았는데 테이프값 포함해도 한 5천원쯤 들었나 싶음. 정확한 건 모르겠고.
근데 이게 은근 효과가 있네.
전에는 하루에 한두 번씩 “돈 먹었나?” 같은 전화가 왔는데 이번 주는 아직 없음. 알림 줄어든 게 제일 좋음. 에어비앤비 방 청소하다가 전화 오면 손에 장갑 끼고 있어서 받기도 애매하잖아. 수원 집 근처에서 배달 시켜놓고 기다릴 때도 전화 울리면 괜히 심장부터 뜀. 올해 비상금 모으는 중이라 사소한 CS 줄어드는 게 cashflow보다 정신 쪽에 더 크게 느껴짐.
그리고 메모 위치를 화면 쪽에 붙이면 다 볼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사람들 시선이 화면, 상품, 결제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에 잔돈함은 거의 안 보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아예 손이 가는 위치 바로 위가 낫나 봄.
하나 더 바꾼 건 동전 투입구 옆에 작은 손전등 같은 센서등 붙인 거. 이건 좀 애매했는데 밤에는 좋고 낮에는 존재감 없음. 그래도 기계 아래쪽이 어두운 매장은 해볼 만한 듯. 배터리형이라 관리 귀찮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직은 멀쩡함. 붙인 지 얼마 안 돼서 오래 간다는 말은 못 하겠고.
웃긴 게 큰 장비 바꾸는 것보다 이런 작은 종이 한 장이 먼저 먹히는 경우가 있네. 나도 괜히 앱 설정이랑 알림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현장 가서 사람 손 위치 보는 게 더 빠른 때가 있음.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가서 라벨 위치만 살짝 낮춰볼 생각임. 너무 위에 붙이면 또 안 보일 것 같고, 너무 아래 붙이면 청소할 때 걸리적거림. 이런 거 하나 정하는 데도 은근 시간 먹음... 그래도 전화 덜 오는 쪽이면 충분히 할 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