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매출 찍고 나니까 사람이 좀 이상해지네. 몇 개 팔았다고 이제 물건을 미리 쌓아두면 더 빨리 돌릴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함. 퇴근하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와서 중고 앱 보는데 리빙소품 반품 일괄이라고 올라온 게 있었음. 사진은 박스 위에서 대충 찍은 거고, 구성은 랜덤인데 상태 괜찮다 이런 식.
고민은 했지. 집도 좁고 영등포 원룸에 둘 데가 뻔한데, 그래도 단가가 낮아 보이니까 한 번 해볼까 싶었음. 금액은 한 6만 원대였던 듯. 배송비 따로였고 부피 때문에 택배 말고 퀵 얘기 나오길래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또 계산기를 두드려봄. 개당 몇천 원만 남아도 괜찮겠네? 이러면서.
망설인 이유가 있었음. 랜덤 박스는 내가 직접 고르는 게 아니고, 사진도 흐릿하고, 제품명이 정확히 안 보였거든. 근데 판매자가 빨리 가져가면 깎아준다고 해서 밤에 괜히 마음이 급해짐. 다음날 매장 출근인데도 채팅 붙잡고 있다가 결국 선입금 조금 하고 잡아둠. 내 손가락 문제임 진짜.
받아보니까 팔릴 만한 건 몇 개 안 됐고, 나머지는 색이 애매하거나 포장이 눌려 있거나 시즌 지난 느낌이었음. 냄새 나는 건 없었는데 새상품이라고 올리기엔 찜찜한 상태도 꽤 있었고. 사진 찍는 데만 주말 반나절 날렸고, 보관 박스가 현관 쪽에 쌓이니까 강아지가 계속 킁킁대서 그것도 신경 쓰임 ㅠㅠ
몇 개는 그냥 원가 근처로 털고, 몇 개는 아직도 있음. 제일 짜친 건 퀵비랑 포장재까지 넣으니까 남는 게 아니라 공간이랑 시간만 먹은 느낌이라는 거. 첫 매출 보고 욕심난 상태에서 “물량 있으면 되겠지” 한 게 패착이었나 봄.
이제 랜덤 일괄은 사진 예뻐도 안 건드리려고 함. 적어도 품목이랑 상태를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만. 재고가 많으면 사업 같아 보이긴 하는데, 안 팔리면 그냥 집에 있는 짐임. 이걸 돈 주고 배웠네.